의료칼럼

습관성 유산·반복적 착상 실패… 난임부부 임신 성공률 높이려면

작성일 : 2022-09-05 조회 : 1,371

난임은 꽤 오래전부터 사회적 문제로 인식되어 왔고, 저출산 시대를 맞이하여 더욱더 해결해야 하는 과제가 되었다. 과거 대비 시험관 시술을 통한 임신율도 높아져 많은 부부가 시험관 시술을 통하여 새 생명을 얻는 축복을 누리고 있다. 하지만 모든 이들에게 이러한 기회가 주어지지는 않는 것이 현실이다.


다양한 시도를 하지만 착상조차 이뤄지지 않는 사람들도 있다. 우리는 이러한 경우를 ‘반복적 착상 실패’라고 부른다. 또한, 어렵게 난임 시술을 통하여 임신을 맞이하게 되었다가 안타깝게 유산이 되었을 경우에는 그 전보다 더욱 큰 충격에 빠지게 되는 모습도 자주 보게 된다. 이러한 경우 고려해 봐야 하는 것이 착상 전 유전자 검사(Preimplantation genetic testing, PGT)이다. 물론 임신이나 유산은 유전적 이상만으로 결정되지는 않고 수정란, 즉 태아의 상태와 함께 산모의 건강이나 자궁의 상태 또한 주요한 변수가 된다.


배아가 자궁에 착상 전 세포 일부 떼어내
유전자 확인 후 이식하는 ‘착상 전 유전자 검사’
고령산모·유전 이상 등 목적 따라 종류 다양
시험관아기 시술 중 수정 후 5~6일차 검사해
정상 수정란 이식하면 유산 줄이고 임신율 높여
건강한 아이 출산 도와줘 시도 고려해 볼 만


착상 전 유전자 검사(PGT)는 쉽게 말해 배아가 자궁에 착상, 즉 임신이 되기 전에 세포 일부를 떼어내어 유전적인 결함이 있는지 확인한 후 이식하여 임신율을 높이고 유산율을 낮추며 정상적인 아이가 태어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보조생식술이다. 검사 목적에 따라서 PGT-A, PGT-M, PGT-SR 등 다양한 종류가 있다.


PGT-A는 일반적으로 유전자의 수적 이상을 확인하는 착상 전 스크리닝 검사를 뜻한다. 반복적으로 유산이 되거나 산모가 나이가 많은 경우 실시하고 있다. PGT-SR은 염색체 구조적 이상 검사이다. 부모가 전좌, 중복, 결실, 역위와 같이 염색체에 구조적 이상이 있는 경우 실시하며 염색체의 미세한 차이로 판단하기 때문에 매우 신중한 판단이 필요하다. 약간의 구조적 이상은 임신이 가능한데다 정상으로 태어날 확률이 높기 때문에 임신을 시도해 볼 수 있지만, 임신 후 염색체 불균형이 있는지는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이때 일반적인 기형아 검사나 태아 DNA 선별검사(Non-invasive prenatal test, NIPT)로는 알 수 없고 반드시 융모막 생검이나 양수 검사를 통하여 확인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PGT-M은 유전병 환자를 대상으로 하는 검사이다. 부모 어느 한쪽 또는 양쪽에서 유전병을 가진 경우에 실시한다.

검사 시기는 시험관 아기 시술 과정 중 수정 후 5~6일 차에서 실시한다. 과거에는 3일 차 배아에서도 실시했지만, 태반이 형성되는 5~6일 차에 실시하는 것이 가장 안정적이고 검사 결과의 신뢰도가 높아 주로 실시하고 있다.


이러한 착상 전 유전자 검사가 필요한 경우를 보면 첫 번째로 산모가 고령일 경우이다. 일반적으로 40대의 임신율이 30대보다 낮은 이유는 여러 원인이 존재하지만, 수정란의 질뿐만 아니라 수정란의 염색체 이상이 그 원인일 수 있다. 실제로 40대에서의 PGT 결과를 보면 5~20%만이 정상이라는 연구 결과가 많다. 따라서 40대에 시험관을 준비한다면 PGT-A를 고려해 볼 만하다.

두 번째는 반복적 유산 경험이 있거나 질 좋은 수정란을 이식했음에도 불구하고 반복적으로 착상에 실패하는 경우이다. 실제로 연구 결과, 두 번 이상 유산을 경험한 환자군에서 PGT-A 검사 결과 두 배 이상 높은 비율로 비정상 수정란이 발견되어 유산의 원인 중 하나로 인식된다. 따라서 시험관 시술뿐만 아니라 자연임신의 경우에서도 반복적으로 유산이 되면 부모의 유전자 검사와 함께 착상 전 유전자 검사 시행을 고려해 봐야 한다.


마지막으로 집안 내력의 유전질환이 있는 경우나 염색체 이상이 부모 한쪽 또는 양쪽에 모두 존재하는 경우 그리고 염색체 이상 태아를 임신한 경험이 있는 경우에 착상 전 유전자 검사를 시행할 수 있다.

착상 전 유전자 검사를 시행했다고 해서 무조건 임신에 성공하지는 않는다. 가령, 반복적 착상 실패나 유산의 원인이 수정란의 질이나 자궁 등의 상태에 의한 경우에는 착상 전 유전자 검사가 해결 방안이 되지 못한다. 다만, 많은 연구에서 보면 착상 전 유전자 검사를 시행해서 정상 수정란을 이식한 결과 임신율이 높아졌고, 임신 유지뿐만 아니라 분만에 이르기까지의 성공률이 높아졌음을 확인할 수 있다. 따라서, 이러한 시도로 난임을 극복하고 모두가 새 생명의 축복을 누릴 수 있었으면 한다.


이상규 기자 sklee@knnews.co.kr


도움말= 창원한마음병원 산부인과 최은정 교수